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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어른,아이 만나면 인사는 누가 먼저?

제가 일하는 유치원에서는 '숲속학교' 를 합니다. 한마디로 숲이 아이들의 학교가 되어서 숲에서 놀며 공부하고, 밥도 먹고 하루종일을 숲에서 지내는 겁니다. 계절마다 다르지만 가는 횟수는 다르지만 여름에는 집중으로 한달 가량을 숲에서 지내게 됩니다.

무더운 여름 건물에 갇혀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이 아니라 자연바람을 맞으며 물놀이를 하고, 흙을 만지며 뒹굴고, 자연이 장난감이 되고, 친구가 되고, 스승이 되지요. 아이들은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숲속학교 참 매력적이죠?

                                                                      (숲속학교 사진이예요.)


얼마 전 숲속학교하러 팔용산 갔을 때 저희 유치원 선생님께서 겪은일입니다. 아이들과 산 입구에 내려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저씨 두분을 만났지요. 그 중 아저씨 한 분이 대뜸 선생님을 부르시더랍니다.
 
"선생님이시죠?"
"네"
"그럼 내 한마디 좀 합시다"
"네 그러세요 "
"선생님이 어른 만나면 인사하는 법부터 교육 시켜야지 뭐하는 겁니까?"
"예? 아...(황당~) "
"애들이 어른이 지나가는데 인사도 안하고 이래가지고 되겠나!"

그렇게 말씀하시니 옆에 같이 오신 아저씨가 "니나 잘해라" 고 말씀하시고, 선생님께 "아이고~죄송합니다~" 라 하시며 그 아저씨를 데리고 가시더랍니다. 정말 황당하더라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저는 정말 화가났습니다. 아이들이 보는 곳에서 꼭 그렇게 말씀을 하셨어야하는지 말입니다. 처음보는 사람에다 선생님도 어른인데 말입니다.

하긴 이정도면 예의를 갖추시고 말씀하신 편입니다. "어머~ 애들 데리고 산에도 오고~너희는 좋겠네" 이렇게 말씀해 주시며 아이들을 잘한다고 격려해 주시는 분이 있으신가 하면 애들을 산에 데리고 오냐고 타박을 주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래서 깊이 고민 해보았습니다.

먼저 본 사람이 인사하는 것이 맞이 않을까?

그럼 아저씨는 먼저 인사하셨으면 안될까요? 어른과 아이가 만나면 꼭 아래인 아이가 먼저 인사해야 되나요? 물론 손아래가 먼저 인사하여야 하는 건 맞습니다. 함께 눈이 마주쳤을 때 말입니다. 그것이 예의지요.

하지만 숲에 가던 아이들은 아저씨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겁니다.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를 줍고, 날아가는 나비를 보고, 신기하게 생긴 벌레들을 보며 걸어가고 있었을 겁니다. 그럼 먼저 아이를 발견한 아저씨가 인사했으면 안되나요?

저는 어른과 아이 누가 먼저 인사해야 한다기 보다 먼저 본 사람이 인사해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이 손아래 사람을 먼저 발견했으면서 인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라 봅니다. 아이들은 그런 어른보다는 "누구야 안녕?" 먼저 인사하는 어른을 훨씬 좋아할겁니다.

하지만 교사인 자신도 어른들을 만나면 인사하는 모습을 아이들 앞에서 보여줘야 겠지요. 만약 그 상황에서 선생님이 아저씨게 먼저 인사하였다면 아이들도 함께 인사하였을테지요. 말만이 아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날 산에서 내려오기 전 외국인남자와 아주머니가 강아지 한마리를 데리고 오셔서 아이들과 마주쳤습니다. 아이들은 강아지도 귀엽고 외국인도 신기해 먼저 다다가 "hello~" 하며 인사를 하고 강아지에게도 인사를 하고 또 만지며 외국인에게 엄청 관심을 가졌습니다.

영어를 못하는 아이들인데도 한참을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참으로 신기하더라구요. 아이들은 그렇게 관심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합니다. 일부러 인사를 하지 않는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인사성을 심어주려면 어른들이 먼저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