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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실패한 송편만들기?

조금 뒤면 추석입니다. 몇 일 전부터 "선생님 열밤만 자면 추석이지요?"라며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도 추석이 기다려지긴 하나 봅니다. 저 또한 긴 연휴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레이네요.ㅋ

어제는 아이들과 송편만들기를 해보았습니다. 떡방앗간에 맵쌀가루와 송편 안에 넣을 소를 준비해두었었지요. 요리수업에 앞서 아이들과 퀴즈로 송편만들기 준비를 했습니다.

송편은 찹쌀과 그냥 쌀 중 어느 것으로 만들까요? 차가운 물, 미지근한 물, 뜨거운 물 중 어느 물로 반죽을 할까요? 송편은 어느 명절에 먹는 음식일까요? 문제는 이렇게 세가지였습니다. 송편만들기에 대한 핵심포인트지요. 아이들이 맞출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더라구요. 특히 마지막 문제는 못 맞추는 아이가 없더군요. 마지막 문제로 하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퀴즈로 인해 송편만들기에 대한 흥미도가 높아졌습니다.

반죽은 제가 했습니다. 아이들은 맛있게 되라 주문을 외우고, 저는 열심히 반죽을 했지요. 아이들이 선생님의 손맛이 들어가서 맛있을 거라며 이야기를 하는데 맛 없을 수도 있지요. 그래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선생님 손맛이 들어 간다고 송편이 무조건 맛있어 지는 건 아이야. 송편은 맛있을 수도 있고, 맛 없을 수도 있어, 그건 너희들이 정성을 다해서 만드느냐 대충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그랬더니 정성을 다해서 만들겠다고 난립니다. 아이들에게 반죽과 소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반죽은 개인별로 소는 공동체별로 나눠주었지요.

만드는 방법을 한 번 보여주고 만들어라 했더니 잘 안되나 봅니다. 여기 저기서 "이렇게요? 이렇게요?, 선생님 갈라져요" 합니다. 아이들이 만드는 것을 보니 찹쌀이 아닌 맵쌀이라 끈적함이 적어 부서지는 경우가 많고 소를 넣어도 터지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엄청난 집중력으로 정성을 다해 만드는 모습이었습니다.

                                                         (표정이 썩 좋지 않은 아이들입니다.)

                                                     (송편을 먹고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입니다.)

나중엔 "꼭 반달 모양으로 만들어야 되요?" 합니다. 만들기 힘들기도 하고 정해진 모양이라 재미가 없었겠지요. 어떤 아이는 "실패했어요 잘 안되요" 합니다. 아이들의 표정들을 보니 썩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너무 두껍지 않게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도 된다고 했죠. 그랬더니 눈사람, 별, 복주머니, 네모, 동그라미 등 여러가지의 모양이 나왔습니다.


송편을 만들고 기념으로 사진도 찍는데 표정들이 왜그런지, 활짝 웃어주면 좋을테데 어찌나 억지웃음이 많은지 찍는 내내 "웃어~ 쫌 웃어라" 를 연발했습니다. 별로 재미가 없었던 걸까요? 아마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반죽이 잘 안되고 부서지고 하다 보니 썩 즐거운 마음이 안생겼나 봅니다.

아이들이 만든 것을 다 모아 부엌 찜 솥에 올려 놓고 일단 점심 밥을 먹었습니다. 먹는 동안 송편이 다 쪄졌습니다. 점심식사 시간이 지나고 가져왔더니 사진찍을 때의 모습과는 다른 눈에서 레이져라도 나올 눈빛들입니다. 하나씩 입으로 가져가 냠냠 먹는데 표정이 세상을 다가진 듯한 얼굴이더군요. 송편을 먹는데 송편 맛이 어떤지 물어보았습니다. 

"맛있어요"
"완전 맛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꿀맛이예요 꿀맛!"
"실패 안했어요 성공이예요 성공!"


그러며 엄지 손가락을 높이 들어 보이더라구요. 최고라고 난리들이었습니다. 만드는 동안의 힘들었음이 실패 했다는 마음이 한순간에 싹 날아가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송편이 행복으로 변했습니다. 행복을 먹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저도 송편은 처음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명절이 되어도 집에서 만들기보다는 사서 먹더라구요. 아이들과 추석 전 미리 만들어 보니 가족들과 오순도순 모여 만들어 보면 참 재밌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들과 만들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