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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유치원샘이 좋아하는 부모는 이런 사람 ②

- 이런 학부모가 아이를 행복하게 키웁니다.

유치원에서 일한지도 6년째 입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세월이 참 빠르네요. 대학 갓 졸업하고 들어왔을 때는 제가 제일 막내였습니다.

지금은 함께 하는 후배들도 많아지고, 유치원에서의 맡은 역할도 많아졌지요
. 가끔 힘이 들 때면 책임감이 적을 때가 좋았는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초년 때 전국 연수를 가서 YMCA에서 오래 일한 멋진 선배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전국으로 모이니 멋진 선배들도 많더라구요.

선배들의 삶을 듣고, 배우면서 "아~나는 언제 저런사람이 될까?"란 생각, "나도 오래 일 하고 경력 많은 사람이 되어야지! 나도 멋져질거야 !두고봐"란 다짐을 했었구요.


지금도 다른 선배들에 비하면 많은 경력은 아니지만 연수 때 연차별로 나뉠 때면 이제는 저쪽(초년생모임)에 가지 않아도 되는구나란 생각에 어깨가 으쓱해지곤 합니다.

하지만 경력이 많아진다고 멋진 선배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일을 오해 할 수록 새록새록 깨닫게 됩니다.  갑자기 슬퍼지네요. 멋진 선배가 되는 건 많이 노력해야 하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유치원 홈페이지에 아이들 사진을 부모님들이 직접 올려주셨어요.)

이렇게 6년 동안 일을 하며 많은 부모님들을 만났습니다. 일 년 차때 부모님들을 만나면 등에 식은땀이 주룩 흐르고, 바짝 긴장을 하곤 했었는데요. 그것에 비하면 지금은 훨씬 편해졌습니다.

그때는 모든 부모님들이 저를 긴장 시켰다면, 지금은 몇 명의 부모님만 그렇습니다. 부모님들의 성향에 따라 참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 학부모님들을 만날 때면 어느 정도의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아이들을 만날 때도 그렇구요. 아이를 보면 부모가 보이고, 부모를 보면 아이가 보이는 그런 놀라운 능력(?)도  생겼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학부모들을 만나면 대하기 좋은 부모님과 어려운 부모님을 만나는데요. 오늘은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절대 제가 좋은 선생님이란 자만한 생각으로 말하려는 건 아니라는 점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관련기사> 2010/10/02 - [분류 전체보기] - 유치원 선생님이 좋아하는 부모


한마디 말이라도 따뜻하게 건내는 학부모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등 여러 가족을 만나는 일이 많습니다. 등, 하원 차량지도를 하면서도 만나고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오셔도 만나게 됩니다. 또 운동회나 공개수업, 캠프 같은 행사 때 만나는 일이 많지요.

그럼 자연스레 인사를 하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며 "선생님 수고 많으시지요", "선생님 오랜만에 뵙네요", "선생님 반가워요, 보고 싶었어요" 등 기분 좋은 말을 건내주시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이 따뜻한 한 마디에 힘이 나고 그 부모님이 금방 좋아지곤 합니다.


웃음 띈 얼굴로 맞아주는 학부모

맞습니다. 사실 따뜻한 한 마디가 없더라도 웃음 띈 얼굴이 가장 좋습니다. 아니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웃음 띈 얼굴이 가장 좋습니다. 웃음 띈 얼굴이 아니라면 따뜻하다 느껴질리가 없겠지요.
 
부모님들이 퉁명스레 인사를 하거나, 또는 안 하거나, 표정이 안 좋으시면 괜스레 "내가 잘못한 일이 있나?", "내가 싫으신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에서 학부모와 선생의 관계는 '갑'과 '을' 입니다. 선생님이 약자이다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게되지요. 어쩌면 제 생각과 달리 부모님은 오히려  아이를 맡긴 입장에서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실수를 이해해 주는 학부모

한 반에는 연령마다 다르지만 보통 스무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거기에 선생님은 한 명이지요. 사립이든 공립이든 거의 비슷합니다. 아이들에게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잘 돌보려 해도 선생도 사람인지라 실수하는 일이 생깁니다.

▲ 점심 식사 후 약을 먹어야 하는데 안 먹인 경우
▲ 안내문을 빠트린 경우, 캠프 전 전화를 집집마다 돌리는데 빠트리는 경우
▲ 금요일에 실내화를 집으로 보내야 하는데 안 보낸 경우
▲ 부모님이 옷이나 도시락, 가방 등 추가로 비품을 주문했는데 까먹은 경우


어떤 경우 한 번 실 수 했던 아이에게 실수가 반복되는  안 좋은 상황이 계속 겹쳐질 때가 있는데요. 정말 난감합니다.  어쨌든 이런 경우 "선생님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지요. 다음에는 잘 챙겨주세요~", "저도 잘 까먹어요" 등 이해를 해주시는면 정말 눈물이 나도록 고맙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더 긴장하게 되지요.

그런데 실수 때문에 마음이 무거운데, 쌀쌀하고 차가운 반응을 나타내시는 부모님을 만나면 비로 제가 실수를 하였지만 마음에 상처로 남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놀다가 다쳤을 경우는 더욱 심합니다. 놀다보면 다치는 일은 꼭 챙깁니다. 아이의 실수로도 다치고, 친구들끼리 놀다가도 다치고, 친구랑 싸워서도 다칩니다. 그건 유치원이 아닌 어떠한 상황이더라도 아이들이 여럿이 모이면 생기기는 일입니다.
 
아이가 다치면 부모는 정말 속상합니다. 병원을 갈 정도로 크게 다친다면 더욱 그럴 겁니다. 하지만 속상한 건 선생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아이가 다치길 원하는 선생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저는 아이들을 나무랄 때, 실수인지? 잘못인지? 구분하려고 합니다. 아이가 잘못 한 일이라면 모르지만, 실수는 나무라고 혼내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부모님이 선생님을 바라 볼 때도, 우리 선생님이 잘 못한 일인지?, 실수한 일인지? 구분해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담아두기보다 마음을 표현해 주는 학부모

그런데 더 어려운 것은 이런 실수들을 마음에 담아두시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이런 경우에는 선생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지요.

부모님은 마음에 섭섭함이 쌓이고 쌓이도록 참으시다 한꺼번에 폭발하셔서 "그 때 선생님께 정말 서운했다"하고 말씀하실 때가 있습니다.

한꺼번에 폭발하시는 부모님을 만나면 몇 배로 더 힘이 듭니다. 무방비상태에서 폭탄을 맞은 기분이 들기도 한답니다.


오래토록 마음에 담에두면 섭섭함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쌓아두지 않으시고 섭섭함을 표현해 주시는 부모님이 좋습니다.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학부모님

유치원마다 나름의 교육관이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이것저것 비교해 자신과 맞는 교육관을 가진 유치원을 찾아 아이를 보내게 됩니다. 선생님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자신의 교육관과 맞는 유치원을 선택해 일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끔 유치원이 좋다는 소문만 듣고 자신의 교육관과 맞지 않는데 보내시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그런 부모님 중에 자신의 교육관에 맞추어 유치원을 바꾸라고 요구하시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유치원과 선생님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행히 믿고 신뢰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보내시는 부모님이 대부분은이기는 합니다.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이 있어 정말 기분이 좋고, "아~ 내가 잘하고 있구나"란 자신감이도 생기게 됩니다.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기에 아이들에게도 좋은 반응으로 돌아갑니다. 

유치원 교육에 언제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부모

아이는 부모와 교사, 아이를 아는 모든 사람과 지역 사회가 함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지요. 서로간의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유치원에서만 아이를 키울 수도 없고, 부모 혼자서만 아이에게 잘 해준다고 아이가 좋아지지 않습니다.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이를 놀이터에 혼자 내보낼 수 없는 요즘 현실을 생각해 보면 더욱 와 닿는 부분일겁니다.

 
따라서 아이 교육에 무관심한 쪽 보다는 적극적인 부모님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 유치원에서는 '공장과자 안 먹기'를 합니다. 유치원에서는 과자의 유해성에 대해 공부하고 먹지말자고 아이와 약속하는데 집에서는 "먹어도 된다" "그냥 먹어라" 하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아이가 정말 혼란 스럽겠지요?

또 선생님은 "길에 휴지 버리지 말라"고 하는데 부모는 아이에게 버리는 모습을 보이거나, 또 선생님은 어른들에게 인사 잘 하라는데,  부모는 잘 안 하면 아이는 분명 마음이 흔들릴겁니다.
교육은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듬뿍 주시는 부모님

대체로 부모님들은 자기 아이를 세상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아이에게 바라는 일이 아이가 행복하게 하는 것 보다 부모의 욕심인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아이가 그런 특성을 가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안 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가르치고, 부담감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아이와 부모 모두가 모두 불행한 마음이 커질거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관심을 가지고 아이를 잘 알아가는 부모님이 좋습니다. 그래야 그에 맞는 반응이 아이에게 전달 되겠지요.
 
또 아이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아이가 어느 친구들을 좋아하는지,? 아이의 기분이 어떨지? 등 관심있게 관찰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런 부모님을 만나면 선생님도 행복해집니다. 선생님이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해집니다. 서로에게 좋은 일입니다. 서로가 함께 행복해지는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부모님의 성향에 따라 아이들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점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겠습니다.

이야기를 풀어 놓고 보니 이건 꼭 학부모와 선생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라면 전부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부모님이 좋다'는 이야기를 길게 했지만, 저도 이런 선생님도 되어야 하겠지요. 서로가 노력 해야 한다고 봅니다. 선생님들 끼리도 잘지내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아이들이 행복하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