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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땅파보니 돈 나오더라

쓸데 없이 돈을 쓴다고 생각 될 때, 돈을 아껴야 한다고 말할 때 사람들은 흔히 "땅파봐라 돈나오나" 를 많이 비유합니다. 진짜 아무것도 없는 땅이라면 정말 돈 안 나오지요. 하지만 땅도 어떤 땅이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지하자원이 풍부한 땅은 팔수록 돈이 되니까요. 그런데 오늘 아이들이 땅파서 육백원이나 찾았습니다. 땅파보니 진짜 돈 나오데요.ㅋㅋ 사연은 이렇습니다.

아이들과 바깥놀이를 나가면 제일 많이 하는 놀이가 흙놀이 입니다. 숲에가도, 놀이터에 가도 흙놀이를 좋아해 참으로 많이 합니다. 파고, 쌓고, 부수고, 정말 재미나게 놉니다. 가끔 흙 파면 엄지손가락만한 큰 애벌레도 나오고, 지렁이도 나오고, 콩벌레와 개미 또 이름 모를 벌레들이 나옵니다.



특히 애벌레를 찾았을 때는 장수풍뎅이 애벌레다, 아니다 호랑나비 애벌레다 선생님은 그것도 모르냐, 선생님도 모를 수 있다 등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런 다음날에는 아이들이 애벌레 백과사전을 들고 나타가기도 합니다. 어쨌든 아이들은 돈보다 더 큰 보물을 발견한 마냥 좋합니다. 돈보다 벌레를 좋아하는 겁니다. 정말 순수합니다. 돈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을 보며 가끔 나를 반성해 보기도 하지요. 

어제는 아이들과 놀이터에 갔었습니다. 우리반 태원이가 "선생님~~"하며 막 뛰어 오는 겁니다. 그러더니 "선생님 나 백원 주웠어요" 하는 겁니다. 어찌 주웠냐 물었더니 흙 파고 노는데 주웠답니다. 이 돈을 어쩔까 의논해 보았습니다. 예전에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기에 역시나 이번에도 '아디오니'(케냐에 후원하는 아이)를 도와주자고 합니다. 그래서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 돈은 제가 보관하고 있겠다 하였습니다.

그런데 조금 뒤 우리반 현빈이가 오백원을 들고 마구 뛰어 오는 겁니다. 색이 바랜 오백원짜리 동전이었습니다. 땅 속에서 발견했다면서요. 그 오백원! 분명 땅 속에서 오래 묵었을 테지요. 쓸모 없을 뻔한 동전을 우리 현빈이가 찾는 바람에 쓸모 있는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특히나 이 돈이 해외의 어려운 이웃인 아디오니에게 간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더 뿌듯해지더라구요. 제가 찾은 건 아니지만요.

                                                        (아이들이 땅파서 찾아낸 동전입니다.)


땅파서 찾은 돈 육백원은 유치원으로 돌아 갈 때까지 제가 보관하며, 아이들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현민이가 뭐라 궁시렁 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샅샅이 찾자 샅샅이 찾자" 
"현민아 뭐라고?"
"샅샅이 찾자고요, 이런데 구석구석 돌아다니면 돈 나올 수도 있어요"

라며 아주 신나게 놀이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데요.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요. 점심시간 선헌식을 하는데 두아이가 나왔습니다. 제가 맡아 두었던 동전을 건냈습니다. 자신이 주운 백원과 오백원을 받아 저금통에 넣는데 어깨가 으쓱대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귀여웠습니다. 물론 저도 선헌식을 했구요, 한 아이가 하는 말 "아디오니 배부르겠다" 허더군요. 아디오니가 정말 배부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