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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아이에게 어른처럼 행동 할 것을 요구했었다.

얼마 전 아이들과 창원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는 마산도서관에 '도서관과 친구하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취학 전 아동들에게 도서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바르게 알리고 이해시켜 독서의 즐거움과 지속적인 도서관 이용의 생활화를 위하여 만든 일일현장학습입니다.

사실 저는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본 적이 없습니다. 책은 사서 줄을 쫙쫙 그으며 읽는 편이고, 책은 나의 큰 자산이 된다는 생각에 책 욕심이 있어 빌리기 보다는 구입해 읽는 편이거든요. 그렇기에 '도서관과 친구하기' 일일현장학습이 아이들보다 제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책빌리러 도서관에 가 본적이 없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데요. 그래도 선생님인데...^^


아이들이 못할 거라는 생각부터 앞 서...
 
그런데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갈 것을 생각하니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도서관에는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아이들이 분명 떠들텐데..어쩐담? 또 마구 돌아다니겠지? 에휴~' 라고 속으로 생각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못 할 거라는 생각부터 들었던 거죠. 그래서 가기 전 아이들에게 단단히 일어 주어었습니다.

도서관에는 공부하는 사람들. 책 읽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떠들면 안 되는 곳이다.
조용히 한다는 약속을 하여야만 데리고 갈 수 있다.
오늘 너희들은 보니 무진장 멋지다.
지금처럼만 해주면 된다.
할 수 있느냐.
너희들을 믿겠다'
 

라며 아이들에게 규칙을 잘 지켜야 겠다는 마음이 스스로 들게 하기 보다 거의 반 강제(?)적으로 약속을 받아 내고 도서관으로 출발을 하였습니다.

도서관 입구에 도착해 전화를 하였더니 어린이도서 사서선생님이 직접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밝게 웃어 주시는 사서 선생님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인사치레기도 했지만 걱정이 앞서 선생님께 "아이들이 많이 떠들텐데요"그랬더니 "아이들인데요. 당연한 거죠. 괜찮습니다" 웃음 띈 얼굴로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그 때 아차! 싶었습니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는 선생님이 감사하기도 했고, "아이들은 원래 말을 안 듣는다 그래야 더 건강한 아이다" 라고 늘 사람들에게 말했으면서 정작 나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대하고 있지 않았구나 싶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에서 이해하고 말하기 보다 내 걱정에 앞섰고, 아이들이 잘해 주길 바라는 큰 기대로 아이들을 다그쳤구나 싶어 참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사서선생님께서는 우리를 시청각실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도서관 이용 예절에 관한 만화영상을 보여주셨지요. 어른인 제가 보기에는 조금 유치하기는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만화로 되어 쉽게 이해하고 또 기억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아이들이 엄청 조용히 집중하며 지키기로 했던 규칙을 잘 지켜주는 겁니다. 사서선생님도 아이들 보고 "너희들 정말 말 잘듣구나" 말씀하시더라구요. 정말 아이들에게 감동 먹었습니다. 괜한 걱정으로 했구나 싶어 아까 미안했던 마음보다 더~ 미안해 지더군요. 그래서 현장학습이 끝나고 나서도 잘했다고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었지요. 

사서선생님은 그림동화도 읽어 주셨습니다. 그림은 큰 스크린으로 보여지고, 글은 직접 읽어 주시던군요. 그리고 어린이 열람실에서 책을 빌리는 방법과 반납하는 법, 책을 읽는 법을 친절히 알려 주셨습니다. 

(도서 대출, 반납하는 기계입니다. 사서선생님이 설명해주시네요.)

요즘은 책을 빌리는 것도 최첨단이더군요. 대출하는 기계에 책을 올리고 책과 회원증을 인식 시키면 책을 빌릴 수 있습니다. 꼭 사서선생님이 안계셔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열람실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직접 골라 마음껏 읽고 왔습니다. 친철한 사서선생님 덕에 편한 마음으로 현장학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어른처럼 행동할 것을 요구했었다.

가끔 눈치를 많이 주는 곳에 견학을 가면 어쩔 수 없이 조용히 시키느라 아이들을 다그칠 때가 있습니다. 미리 공공질서에 대한 교육을 하고 오지만 단체로 행동하는 아이들에게 그것을 지키기란 힘이 듭니다.

아이들 호기심에 당연한 것인데도 어른 처럼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겁니다. 그럼 아이들은 흥미가 떨어지고 요구를 받아 주지 않아 아이들이 미워지고 그럴 때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잘하기만을 바라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참 깊은 반성을 하게 만든 날이었습니다.

좋은선생님 덕에 아이들도 즐겁고, 선생인 저 또한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하네요.

마산 도서관은 매주 월요일과 국경일, 국가 지정 공휴일을 제외하곤 주말에도 운영된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주말 나들이로 도서관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읽어라 읽어라" 말보다 훨씬 잘 읽을 것 같네요.

도서관에서 어린이 책 빌리는 법

1. 회원증부터 - 부모님이 직접 작성한 가입신청서 1부.(신청서는 도서관에 비치)
                      건강보험증 또는 3개월 이전에 발급된 가족관계 확인서(주민등록등본)

2. 대출 및 반납 - 한번 빌릴 때 5권까지 빌릴 수 있고 기간은 2주입니다.

마산 도서관 사이트 http://www.masanlib.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