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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만장일치에 가까워지는 다수결 투표

지난해 시장놀이 기간에 있었던 일이다.

선생님들과 의논하여 시장놀이 날짜도 정하고 연령 수준에 맞게 가게도 정하였다. 어린 연령일수록 판매할 때 물건을 쉽게 집어 전달해 줄 수 있는 것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일가게, 분식가게, 문구점, 밥가게, 음료가게 중에서 우리반은 과일가게가 로 정해졌다. 


시장놀이는 경제교육 중 하나이다. 아이들이 부모님과 마트나 시장에 가 본 경험이 많고, 돈이 있음으로 물건은 사고 팔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기에 쉽게 할 수 있지만, 부모님이 아닌 혼자의 힘으로 정해진 돈에 한하여 사고 싶은 물건을 계획해보고 또 그것을 사보고 이렇게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시장놀이를 하기 전 미리 해두어야 할 것이 많다. 가게이름도 정하고, 간판도 만들고, 가격표도 만들고, 지갑도 만들어야한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가게이름 정하기를 하였다. 

가게는 종류도 많지만 이름도 참 다양합니다. 번개떡가게, 한일세탁소, 아트샘미술학원, 태풍반점 등등 아이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일러주고, 하고 싶은 이름이 있으면 말하도록 하였다. 당연히 여지저기서 "저요! 저요!" 말하고 싶은 아이들이 많다.

"맛있는 과일가게요"
"싱싱한 과일가게요"
"송이 과일가게요"
"별똥별 과일가게요"
"무지개 과일가게요"

아이들이 말한 것 중에서 유력한 후보 5개 과일가게 이름이다. 왜 하고 싶은지 이유를 들어보기로 했다. 

"맛있는 과일가게는요 과일은 다 맛있으니까요"
"싱싱한과일가게는 과일은 싱싱하니까요"
"송이과일가게는요 이름이 예뻐서요"
"별똥별 과일가게는 별똥별이 좋아서요"
"무지개 과일가게는 과일은 무지개색처럼 여러가지 색깔이 있으니까요"

어쩜 저렇게도 이름에 맞게 잘 설명하는지 정말 기특한 아이들이다. 아이들입에서도 이유를 들을 때마다 "아~"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가게이름들이 다 마음에 들어 내가 아이들이라도 "참 고르기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가 "손을 두번들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가게이름에 손을 들어 다수결로 정하는데 손은 두번 들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아이들이 저마다 마음에 드는 이름에 손을 드는데 별똥별과일가게에서 열여섯명이나 손을 들었다. 마음 속으로는 별똥별과일가게가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마지막 무지개 과일가게에서 열여덞명 우리반 아이들 모두가 손을 드는 것이다. 정말 깜짝 놀랬다.

손을 두 번 들게 했을 뿐인데 만장일치의 결론이 나온 것이다. 사실 다수결의 단점이 한 표 차이가 나더라도 소수의 의견은 무시가 되고 다수의 의견을 따라야 하다는 것인데, 손을 두번 들게 하니 만장일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다를 때에도 만장일치까지는 아니겠지만 여러번 손을 들게해서 가능한 만장일치에 가까운 선택을 하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난 투표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