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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배부른 교육?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몰라

얼마 전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작년 유치원에 근무하다 올해 어린이집으로 직장을 옮기게 된 친구인데 일하며 경험한 것을 들을 수 있었지요. 

내가 일하는 곳과는 많이 다른 환경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들으며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 친구가 일하는 어린이집이 있는 곳은 재개발구역으로 주택이 많고 집값과 땅값이 싼 동네라 합니다. 하루하루 생계를 힘들게 유지해 가는 사람들이 많고, 직장이 없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구요.

그래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들도 돈 많이 버는 직업이기 보다 작은공장 노동자이나 일용직인 사람이 대부분이고 아빠가 직장이 없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하루하루 힘들게 생계를 유지해 가는 가정이 많다 보니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도 대부분 정부지원을 받으며 다니고, 부모가 아이의 교육에 참여하기 보다는 어린이집에 전적으로 맡긴다는 생각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영화'아저씨'에서 부모의 보살핌도, 사회적 보호도 받지 못하던 아이가 생각이 납니다.-출처 '다음'-)

등원하면 아이 몸수색부터

아침에 아이들을 만나는 등원시간이면 아이 중 몇 명은 몸부터 수색(?)한다고 합니다. 아이 몸에 상처는 없는지 멍은 안들었는지 검사를 하는 겁니다.

아이에게 몸 수색을 하며 "주말 잘 보냈어?" "엄마랑 아빠랑 어제 뭐했어?" 같은 질문이기 보다, "어제는 아빠가 안 때렸니?", "엄마는 들어 왔어?"와 같은 질문을 하는 거죠.

아이에게 물으면서도 마음이 아파 몇 번이고 안아주고 상처가 발견 되면 괜찮다며 다독여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이를 학대하는 가정이 많다 보니 부모를 믿을 수도 없고, 그나마 아이들을 지킬려면 수색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쉽게 상상이 안되겠지만 직장이 없어 빈둥빈둥하는 남편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아이를 때리면서 푸는 엄마도 있고,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가정도 적지 않다고 친구가 말해주더군요.

학대 받는 환경 속에서 자라는 아이와 부모

한 번은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는데 집 앞에 경찰차가 있더랍니다. 아이 부모가 심하게 싸움을 해 경찰차까지 출동했던 거지요. 그 모습을 보고 아이가 상처 받을 것을 생각하니 집에 그냥 내려 줄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그냥 어린이집으로 다시 데리고 왔다고 하더라구요.

또 한번은 퇴근길에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 집 앞을 지나가는데 싸움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소리가 나는 곳을 보니 차안에 그 아이 가족들이 모두 타고 있었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까지 말입니다.

그런데 아빠가 아이를 차안에서 격하게 때리고 있더랍니다. 아이에게 엉덩이 한 대 찰싹 때리는 수준이 아니라 참지 못하는 분노를 아이에게 풀듯이 폭행을 가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옆에서 엄마가 "애를 왜 때리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었다는군요.

부부가 심한 말을 주고 받는데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자기 자식인 아들에게 아무 소리도 못하더랍니다. 그 광경을 보고 제 친구는 경찰에 신고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으며 발걸음을 돌렸답니다. 무책임하다구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아빠가 엄마를 심하게 때리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부부싸움이라며 출동도 안하는 경험을 한적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소중하고 귀한 아이들을 어떻게 때릴 수가 있을까요? 여리고 작은 생명인데 때릴 곳이 어디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마음에 병든 사람들

사람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딱 한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태어나는 것이라 합니다. 죽음은 안 좋은 방식이더라도 스스로 선택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러나 탄생은 절대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이세상 모든 아이들이 이 아이들의 웃음처럼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아이는 부자집에 태어나 많은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고, 어떤 아이는 정말 가난한 집에 태어나 사회적 차별 속에서 분노하며 살아갑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평등을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그 부모들도 가난한 집에 태어나 많이 배우지 못했을 테고,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고 그러니 사회에 많은 불만을 가지며 살았을 겁니다. 가난한 사람들 중에는 현실의 가난한 삶을 부모의 잘못으로, 또는 자식 때문에 자기가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제는 돈 없으면 공부도 못하는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좋은 직업을 가질 수도 없었을 겁니다. 사회복지가 잘 된 나라들처럼 돈 없어도 교육 받을 수 있고, 치료 받을 수 있고, 많이 못배워도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나라 였다면 이렇게 마음에 병든 사람들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난한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아이들이 학대 받지 않으며 살아 갈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왔을 때를 생각한다면 정말 내 아이만 잘 키울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교육적 철학? 배부른 소린가?  

그 어린이 집은 영아들도 있고, 또 3세에서 5세 아이들이 다니는 곳입니다. 그런데도 공부를 안가르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부모가 해 줄 수 없고, 관심도 없는 사람이 많으니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게 살아가도록 하려면 어려서부터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합니다.

내가 일하는 유치원과는 많이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배부른 소리만 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자연 속에서 키워야 하다느니, 건강한 먹거리를 먹여야 한다느니, 교육적 철학이 없으면 안된다느니 하면서 말입니다.

그것 또한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교육을 생각하지 못하고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내 아이만이 아닌 타인을 돌아 볼 줄 아는 교육을 하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하고는 살았지만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속에 큰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뛰어 다니고 웃을 수 있는 웃음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