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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선생님도 잘 못하면서 아이들 보고 잘하라고?

얼마 전 다녀온 가을캠프에서 선생님 모두가 힘을 합해 동극을 해보았습니다. 처음엔 "아이들 앞인데 뭐 어때"라 생각했는데 또 막상 할려고 하니 부끄럽더라구요. 웃음 나와서 혼났습니다.

아이들에게 "잘하는게 중요한게 아냐, 내 마음을 담아서 정성을 다하고, 즐겁게 하는게 중요한 거야, 그러니까 씩씩하게 해"라고 늘 말하는데요. 막상 제가 하려고 하니 또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아이들 앞이니 이정도지, 어른들 앞이었다면...아우~생각도 하기 싫어지네요.

약간은 소심한 선생님들의 공연

동극은 '팥죽할멈과 호랑이'였습니다. 동극을 하기 전 아이들에게 간단히 소개를 하는데 아이들이 어찌나 좋아하는지 큰소리로 주인공들 불러 보자 했더니 캠프장이 떠나갈 정도로 부르더라구요.

                                               (주인공 호랑이와 팥죽할멈 연기를 한 선생님들)

선생님 한 분이 마이크를 잡으시고 이야기를 들려 주시면 다른 선생님들은 그에 맞게 연기를 했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이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웃겨서 또 서로의 모습이 웃겨서 모두 배꼽 잡아 가며 연기 했지요. 약간은 소심하게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소심한 연기에 비해 아이들은 엄청 집중해서 보더군요. 얼마나 진지한지 순간 "재미없나?" 라 생각이들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은 큰 눈을 동그렇게 뜨고 선생님들의 연기를 놓칠세라 열심히 보았습니다.

그래도 재치 있는 해설자 덕분에 재미나게 동극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소심하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선생님들도 서로가 신이나고, 재밌었습니다. 동극이 끝 난 후 아이들이 앵콜(어디서 본 건 많더라구요.)을 외쳐 혼났을 정도였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건 하나 뿐이었거든요.

늘 잘하길 바라는 어른들 기대에 아이들은

어른인 우리들도 이런데, 늘 당하는 아이들 마음은 어떨까요?
돌아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인 나도 잘하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씩씩하라고, 잘하라'며 많은 부담을 주고 있지 않았나 라고 말입니다.

어른들은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대충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면 즐겁게 하기 보다 불만을 더 많이 말하고, 할 수 있다는 말보다 할 수 없음에 대해 더 많이 말하지 않았는지 나 자신부터 되돌아 보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바라기 전에 부모인 나 먼저, 선생님 나 먼저 그런 모습을 보여야 겠습니다.

                                                               (공연중인 선생님들 입니다.)

동극 후 에피소드

이야기 끝에 호랑이는 죽었는데요. 그 연기한 선생님네 반(여섯살반) 아이들이 왜 호랑이가 죽었냐고 할머니보다 호랑이가 쎈데 왜 그렇냐고 할머니 연기한 선생님께 따졌답니다. 자기 선생님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유치원생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더 재미난 일은 이야기 중에 맷돌도 나오는데요. 맷돌을 연기한 다섯살반 선생님네 아이들이 와서는 아니라고 맷돌이 최고 쌔다고 흥분하며 말하더랍니다. 우리 아이들 정말 귀엽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