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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흙과 물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잇감

흙과 물은 무궁무진한 세상을 만들어 준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잇감은 흙과 물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어느 나라의 아이들도 말은 통하지 않지만 금방 친구가 되어 신명나게 놀 수 있거든요. 최고의 놀잇감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흙이 좋습니다. 흙속에서 모든 생명이 살아나기에 꼭 엄마품 같습니다. 모든 것을 품어 주는 그런 엄마 품이요. 그래서 저는 흙이 좋습니다.


형태가 나와 있는 공장 장난감은 인위적이라 싫습니다. 생각을 죽이고 놀이의 확장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놀이만을 만드는 그런 장난감은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성장 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나라 아이도 흙만 있으면 친구가 될 수 있다.)



소꿉놀이 세트는 소꿉놀이만 하게 만들고, 병원놀이는 병원놀이만 하게 합니다. 자동차 장난감은 자동차만 되고 비행기장난감은 비행기만 됩니다. 하지만 자연에 있는 놀잇감들은 다릅니다. 돌맹이가 배가 되고 비행기가 되고, 멋진 자동차기 됩니다. 또 화석이 될 수도 있지요. 흙과 나뭇잎이 맛있는 음식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연에서 나오는 놀잇감은 무궁무진한 아이들의 세상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물론, 생각을 키워 주고 놀이의 확장이 일어나게 하는 공장장난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인위적인 것 보다 자연스러운 것들이 저는 좋다는 겁니다. 흙놀이는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도 아주 좋다고 하지요. 흙은 실패가 없거든요. 만들다 맘에 안들면 부수고 또 다시 만들고 나의 마음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게 하지요. 

흙을 가지고 놀지 못하는 아이들

어제는 아이들과 모래놀이를 해보았습니다. 저희 유치원 놀이터는 고무바닥이 아닌 모래바닥이거든요. 요즘 동네 놀이터는 거의 고무바닥인 곳이 많아 아이들이 흙놀이하기도 힘든 요즘이지요. 그러니 흙을 가지고 놀아라 그래도 잘 놀지 못합니다. 기껏 해야 흙파 구덩이를 만들고 모양을 만들더라구요.

물론 많은 시간과 자주 접할 기회를 준다면 분명 아이들은 수많은 흙놀이를 만들어 낼겁니다. 그런데 환경이 따라 주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지요. 그래서 어찌 놀이해야 하는지 조금 보여 주고 시간을 주면 아이들은 더욱 훌륭이 놉니다.

아무튼 신발 양말까지 벗어 던지고 맨발로 열심히 놀았습니다. 수돗가에서 물도 떠다가 모래에 부어 흙을 있는대로 주물딱 거리면서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며 저까지 행복해 지더군요.

물론 저도 맨발로 뛰어 놀았지요. 그래도 골목대장인데 어찌 흙을 가지고 놀아야 하는지 보여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젓은 모래 가득 담아 꾹꾹 눌어 재빠른 손돌림으로 순식간에 뒤집어 땅에 내려 놓습니다. 그리고 땅에 살짝 탕탕 내리치며 아주 조심스레 컵을 빼냅니다. 그럼 컵모양 그대로 모래만 남지요. 그렇게 수십개를 만들어 성도 만들었습니다.

또 흙놀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두껍아 두껍아 헌집줄게 새집다오'를 했지요. 한 손등을 흙으로 덮어 나머지 한손으로 꼭꼭 흙을 눌러줍니다. 그런 다음 흙속에 있는 손에 힘을 꽉! 주고 아주 조심스레 손을 뺍니다. 그럼 동굴이 생겨 있겠죠? 구멍난 쪽 반대편에 있는 흙을 조심스레 조금씩 무너뜨리며 흙을 긁어내 구멍이 뚫리게 합니다. 그럼 다리가 완성! 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바닥에 남은 흙들을 파내 진짜 물을 부으면 멋진 다리가 됩니다. 이렇게 여러개의 다리를 연걸하면 완전 멋지지요. 

옷이 더러워 질까봐 놀지 못하는 아이들

(왼쪽, 놀이터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와 오른쪽에 신발을 신고 있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이날 따라 여자아이들이 치마를 많이 입고 왔습니다. 아무리 치마를 더럽히지 않으려 애를 써도 흙은 묻거든요. 쪼그리고 앉아도 엉덩이 쪽 치마가 땅에 닿이는 겁니다. 여자 아이 한명이 치마가 더럽혀 지는게 싫었던지 펄럭거리는 치마를 품안에 모아 한 손으로 꼭 안고 한 손으로 흙놀이를 하더군요. " 흙 묻으면 털면 되고 더러워지면 갈아 입으면 돼~ 신경쓰지 말고 놀아도 돼" 말해줘도 품안에 꼭 안고 있더니 나중에는 포기 하더군요.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고 안스럽던지요.

어떤 아이들은 옷이 더러워져도 눈하나 깜짝 안하고 열심히 놉니다. 그런 아이들은 엄청난 집중력으로 완전 흙놀이에 몰입한 것이 눈에 보일 정도 입니다. 그런데 옷이 더러워 질까봐 불안한 아이들은 마음껏 놀지 못합니다. 

모두 맨발로 흙놀이를 하는데 남자 아이 두명은 신발을 벗지 못했습니다. 또 한 명은 벗기까지는 했는데 흙바닥으로 내려 오지 못하고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관람(?)하더군요. 아마 다음 번에는 그 친구도 맨발로 흙놀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신발을 신고 있던 아이 두명은 끝까지 신발 신고 놀이했구요.


가끔 옷이 더러워지면 "엄마한테 혼나요"말하는 아이들을 보곤 합니다. 아니 생각보다 그런 아이들 많습니다. 아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 아이는 신명나게 놀 수 없습니다. 불안과 걱정이 있는데 어찌 놀겠습니까?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 출 수 없다 하지요. 

조금 더러워지면 어떻습니까? 아이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