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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모두 100점 짜리 인간으로 만들어 어쩔셈인가?

저희 유치원을 다니던 남매가 있었는데요. 오빠가 작년에 졸업을 하고 동생은 지금도 유치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동생을 데릴러 오신 부모님과 얼마 전 대화를 나누다 정말이지 깜짝 놀랬습니다. 올 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말이지요.

받아쓰기 70점인데, 남아서 공부?

"선생님 우리 아들 얼마 전에 받아 쓰기 70점 받아왔어요"
"정말요? 우와~~잘했네요 대단해요!"
"예? 그거 잘한 거 아니예요 선생님~! 남아서 공부하고 왔는 걸요 70점 공부 못하는 거예요"


받아쓰기 70점이면 반의 반은 맞춘건데 남아서 공부를 한다니! 어찌 그게 못한 겁니까? 그 이야기를 듣고 기가 막혔습니다. 

잘하는 기준이 얼마를 말하는건지! 그럼 도대체 얼마나 점수를 받아야 남아서 공부를 안하는 건지요.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이미지 출처: 다음 검색>

문제는 그뿐만이 아이었습니다. 남아서 공부를 하게 되면 학교 마친 뒤 아이들을의 일정은 모두 엉망이 되어 버린다는 겁니다. 마치는 시간에 맞추어 기다리는 학원차도 있을 테고, 부모님도 있을테구요. 정말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게 됩니다.   

요즘 대부분은 맞벌이를 합니다. 그러니 일정이 깨져 버리면 참으로 곤란해 집니다. 일하며 그때마다 아이들 때문에 나올 수도 없을테구요. 고학년이 아닌 초등학교 1년생이기 때문에 아직은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할텐데 아이들이 남아서 공부를 마친 뒤 스스로 일정들을 다시 바꾸어 할 수도 없을 테구요. 

그래서 '우리 아이는 남아서 공부 시키시지 말고 보내달라' 말하면 안되냐고 여쭈었더니 그렇게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아니라도 공부 못해서 반평균 깍아 먹어 선생 눈치 보이는데 시키지 말라 말하면 찍힌다는 겁니다. 눈 밖에 나버려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봐 말도 못하신다는 겁니다.

모두 100점 짜리 인간으로 만들어 어쩔셈인가?

시험 때문에 아이가 엄청 스트레스 받아 하신다고 말씀 하시더군요.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분노했습니다. 그럼 아이들은 모두 100점 짜리 인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걸까요? 그럼 모두 100점 짜리 인간이 되어 버리고 나면 어쩔거란 말입니까? 그렇게 경쟁 시키고 등수 매기다 모두 똑같아 지면 어떤 방법으로 등수를 매기고 경쟁을 시킬거란 말입니까?

남아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또 어떨까요? 꼭 죄인이 되고 못난 사람이 된 기분이 아닐까요? 저도 초등학교 다닐 적 남어서 공부한 적이 많았습니다. 받아쓰기 못해서, 구구단 못외워서요. 그때마다 친구들 보기 얼마나 창피했는 줄 모릅니다.


아이들이 진정 공부 잘하기는 원한다면 공부를 하고 싶게끔 만들어 줘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저런 벌주는 방식으로는 절대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 들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공부가 싫어지게 만들 뿐입니다.

등수 매기기, 경쟁 시키다 부작용 일어난다.

전교조와 일부 학부모 단체의 거센 반발 속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12일 오전 9시부터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졌다고 합니다. 이번 일제고사는 초등학교 6학년생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이었구요.

평가 결과는 오는 9월 중 학생에게 통지되며 11월에는 학교별 응시현황과 3단계(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성취수준 비율 및 전년 대비 향상도가 '학교알리미' 사이트에 공시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초등학생도 일제고사를 쳐야 하는 판국입니다. 경쟁을 부추기고, 등수를 전국 단위로 통보 되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어찌 아이들을 쪼으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학생들의 경쟁만 부추기는 일제고사로 일선 학교에서 각종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한선생님은 말했다고 합니다.

일부 선생님들은 아닌 걸 알지만 교장의 압박으로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남아 공부 안시킬 수가 없다고 한답니다. 참 기막힌 노릇입니다.

우리는 등수매기기, 교육 경쟁을 통해 많은 부작용을 경험했습니다. 경쟁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수많은 사례들을 보아오지 않았습니까? 가까운 예로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학에 갔지만 학점으로 등록금을 매겨 감당해 내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대학생들도 있었구요.

우리나라 아이들 참 불행하다 생각 듭니다. 독일이나 필란드 처럼 경쟁 시키지 않고 함께 공부하고 배우는 그런 학교, 아이들이 학교 다니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런 학교를 만들 수는 없나요? 교육은 눈앞에 것만 보는 것이 아닌 멀리를 내다봐야 합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봐라 보아야 합니다.   

조금 뒤면 기말고사라 얼른 집에 가서 아들 공부시켜야 하신다고 말씀 하시던 어머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