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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미샘의 육아일기

아이를 낳았는데...행복한가요?

일과 육아에 지쳐버린 나

 

3년만에 글을 써봅니다. 다시 글을 써볼까 싶어 티스토리에 로그인을 하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여러 인증을 거치더군요. 티스토리 발행글을 보니 260여개....내가 언제 저렇게 많은 글들을 썼을까...저런 에너지가 있었던 내 젊은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했습니다. 막상 로그인을 하니 앞이 막막해 로그인만 몇번이나 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 결혼과 일, 육아에 집중하였습니다. 일은 일대로, 육아는 육아대로 지치고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소모된 에너지는 사람관계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내 몸하나 챙기기도 힘든데, 아이에다 타인을 챙기는 일이란 너무 고달픈 일이었습니다. 조금 힘을 얻어 볼까 싶어 육아서적이든, 교육서적이든 책을 손에 들면 더욱 스트레스 받는 기분이라 던져 버리곤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지 71일째 되던 날 업무에 복귀 하였습니다. 내가 없으면 안되는줄 알고, 내 사랑하는 직장을 떠날 수가 없어 버텼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일에서는 좋은사람으로 보이려 나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아둥바둥 거리며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받은 스트레스를 신랑에게 풀기 일쑤였습니다. 유치원교사이면 자신의 아이도 잘 키우겠지 하는 주변의 시선과 또 나의 자만이 더욱 좋은 모습으로 보이게끔 치장을 하고 웃음을 띄며 생활한 적이 많았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들어온 '허은미가 만난 아이들' 블로그>

물론 아이가 태어났을 때 너무나도 감격스러웠습니다. 내가 엄마라니! 내가 아이를 낳다니! 아이를 볼 때마다 신기하고 경의로웠지요. 한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은 정말 말로 표현이 안될 만큼 놀랍고도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를 통해 행복한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정신적, 신체적인 에너지 소모가 늘 용량을 초과하는 것이 문제겠지요. 늘 '이렇게까지 살아야되나'와 행복이 공존합니다.

 

지칠 때면 사람을 만나거나 여행을 갔습니다. 아이, 신랑을 때어 놓고 좋은사람들과 여행을 가끔 갔지만, 직장맘이다 보니 주말 대부분은 아이와의 추억쌓기에 집중되곤 했습니다. 혼자 시간이 늘 부족했지요. 여행의 좋은 기운은 오래 가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면 늘 지치기 마찬가지 였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워낙 자유롭게 살았기 때문인지 점점 비관주의자가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행복한 엄마??

 

얼마 전 직장에서 부모교육강좌로 진행한 노미애선생님의 '나는 행복한 엄마인가?'를 듣게 되었습니다. 나는 행복한 엄마인가....제목에서부터 아닌 것만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나는 아이로 인해 너무나도 행복한데 엄마인 나 말고, 허은미는 어떤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아이를 성장 시키면 안된다. 엄마가 설레고, 기대하며, 내 아이의 등불이 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엄마의 상태에 따라 아이에게 대처하게 된다.(같은일도 어떤 때는 화내고, 어떤 때는 괜찮고) 엄마인 나의 감정상태가 어떠한가? 엄마가 행복하면, 부부가 행복하면, 아이도 잘 큰다." 이것이 강의의 전반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지금의 내생활은 아닌 것만 같았습니다. 내 마음을 억누르며 아이에게 잘하려고만 하는(하지만 잘하지도 못하는) 나에게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가 행복할 것에 먼저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엄마인 내가 행복하려면 어찌해야할 지 내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비관주의자는 어떤 기회 속에서도 어려움을 보고,

낙관주의자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기회를 본다.

-윈스턴 처칠-

 

얼마 전 책에서 읽은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최근 1년 정도(아이의 의사가 정확해지고, 마구 어지르며, 혼자 하려고 하는 힘이 강해진 시기)는 정말 비관주의자로 살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힘들다, 힘들다"를 입에 달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으려 했습니다. 나의 일과 신랑의 일을 구분 짓고, 신랑의 일을 내가 할때면 더더욱 지쳐가고, 늘 시간에 쫒겨 아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다그치고, 끝내는 모두가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일의 연속일 때가 많았습니다. 

 

일을 그만두어야 하나 생각하다고도, 일을 그만두면 내가 없어질것만 같고, 일을 그만둔다고 딱히 행복해 질 것 같지도 않았기에 이 생활이 지속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면 내가 어떻게 했었는지 나를 자책할 때가 많아지고, 그렇다고 딱히 바뀌지도 않기에 속상해지곤 했지요. 

 

<아이와의 행복은 내 마음에서 부터임을...>

 

나에게 해주고 싶은말, "괜찮아"

 

누군가가 인생의 선배로써 육아 관련 팁을 이야기할 때면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있기에 고마운 일이었지만, 조금 싫을 때도 많았습니다. 다 아는 내용의 이런 저런 조언보다 "힘들지? 힘내"라는 말이 더 위로가 되는데 왜 사람들은 그걸 모를까 싶기도 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왜 타인들에게 의지하려하고 있었나 싶습니다. 내가 먼저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이 먼저였는데 말입니다. 

 

아이 때문에 못한다 생각하기 보다, 아이로 인해 쉬어가는 타임이라 생각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아이로 인해 더욱 성찰하고, 내가 성장하는 시기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유치원교사인 내가 간접적으로만 알았던 부모의 마음을 나의 아이로 인해 진짜 부모가 되었고, 엄마 아빠들의 마음을 더욱 이해하고, 아이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었음을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것이 나의 마음에서부터 시작임을 되새겨 봅니다. 불안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지금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자고 다른 엄마들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이 세상의 엄마들은 누구나 위대하며, 잘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나를 위로하는 글로 잠자던 '허은미가 만난 아이들' 블로그를 깨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