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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선생님 오늘 목요일이예요. 산에 가는 날이죠? 산에 가요~산에 가요~”

아침에 아이들을 만나니 여럿이 산에 가자고 조릅니다. 무척이나 기다린 듯한 얼굴로 말합니다. 전날에도 “내일 산에 갈거죠? 물어보더니 정말 가고 싶었나봅니다. 아이들과 의논하여 YMCA 뒤편에 있는 반월산에 가기로 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꽃과 곤충 자연사랑 교육사랑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아이들이 저 보다 앞서서 먼저 걸어가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잔디밭 한구석에 한가득 모이는 겁니다.

“무슨 일이지?” 하고 들여다보니 귀염둥이들이 어제 텃밭에 들렀을 때 땅을 파다 발견한 애벌레를 잔디밭에다가 몰래 숨겨둔 것이었습니다.


전날 아이들이 키우고 싶어 하기에 “애벌레도 생명인데 가둬두면 싫어할 거라고 힘들어서 나비가 안 될지도 모른다”고 타일러 다시 놓아주기로 했었는데 몰래 숨겨둔 것입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에 그냥 넘어가지 못한 것입니다.

아이들은 애벌레 집이라고 상자까지 만들어 왔습니다. 그 걸 보고 안 된다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흙을 담은 상자에 애벌레를 넣어 산으로 가져갔습니다.

아이들마다 한번씩 들여다보고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한아이가 집에서 가져 왔다며 아이스크림가게에 가면 있는 플라스틱숟가락을 가져와서는 땅을 파고 있었습니다.

왜 저라나? 생각하며 다가가보니 애벌레를 찾을 거라며 숟가락으로 땅을 파고 있는 겁니다.

세상에...... 둘러보니 돌맹이로 땅을 파는 아이들, 애벌레 먹이라며 풀잎 뜯어 상자에 넣어주는 아이들, 상자에 붙어 애벌레 구경중인 아이들, 저마다 애벌레 키우겠다고 온 마음을 다해 정성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산에서 그렇게 열심히 놀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이 상자를 교실에 가져가 키우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했건만 말입니다.
 
"애벌레도 생명인데 이 작은 상자에 갇혀 얼마나 힘들겠냐"고,
"너도 어딘가에 갇혀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면 힘들 거라"고,
"땅 속에 사는 애벌레는 땅 속에서 살아야지만 건강한 나비가 될 수 있다" 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도 몇 몇 아이들은 가져가고 싶은 눈빛입니다. 또 다른 아이들은 “그래, 그래, 살려줘야 된다” “빨리 살려줘라”라며 부추깁니다. 아이들끼리 그렇게 상의하더니 애벌레가 원래 있던 곳에 놓아두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텃밭으로가 원래 있던 곳에 살려주었습니다. 그리곤 저에게 자랑을 합니다. "키우고 싶었지만 살려주었다"면서 말입니다.

아이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손으로 잡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말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덥석 잡아버리는 아이들입니다. 때론 벌도 잡고, 지렁이도 잡고, 콩벌레도 잡고 합니다.

벌레는 더럽다고 여기는 것, 벌레를 하잖게 여기는 것은 어른들이 아닌가 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벌레를 잡아도 함부로 죽이지 않고 살려줍니다. 아쉬워는 하지만 그렇게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실천하는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