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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가르칠려고만 했던 선생님의 이기심

지난 주 아이들과 찰흙으로 만들기를 해보았습니다. 무엇을 만들었냐구요? 숲속열매였지요. 왜 하필 숲속열매냐구요? 그게말이지요. 지난 주 교육계획에 숲속열매 만들기를 넣어 놓았거든요. 숲속학교 기간이 끝나고 교실에서 후속활동으로 숲속열매 만들기를 해보면 좋겠다 싶었던거지요. 

<숲속학교가 뭔지 궁금하시다면...2009/11/25 - [숲속학교] - 숲속학교 들어 보셨나요?>

숲속학교 기간에 아이들은 보물이라며 열매들을 많이 찾아 왔었습니다. 도토리, 솔방울, 뱀딸기와 같은 이름을 아는 것에서 부터 이름 모를 열매들까지 종류가 여러 가지 였습니다. 찾아와서 "선생님 이거 먹어도 되요?" 라며 어찌나 물어보는지 못먹게 한다고 혼났습니다. 그런걸 보면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용감한게 맞는가 봅니다. 용감히 먹으려하니 말입니다. 아니 두려움이 없는 거겠죠?

어쨌든, 저의 계획으로는 아이들은 숲속에서 보았던 그런 열매들을 생각하며 앙증맞고 귀엽게 만들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지요. 


당일 아침! 아이들과 숲속에서 만났던 열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생겼었는지, 크기는 얼마만했는지, 무슨색이었는지, 어디에서 발견했었는지에 대해 마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곤 짜자잔~! 찰흙을 꺼내 아이들과 만들어 보기로 하였지요. 

"애들아~ 오늘은 찰흙으로 숲속열매 만들어 보는 거야, 열매라면 자기 마음껏 만들어봐"

그렇게 말을 하고, 아이들에게 찰흙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무엇을 만드는지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는데, 역시나! 아이들의 창의성이 숲속열매만으로 끝날리가 없었습니다. 

"선생님 다른건 만들면 안되요?"
"꼭 열매만 만들어야 되요? 몇 개 만들면 되요?" 

라고 하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가 잘못하고 잇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른 것도 아닌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찰흙을 손에 쥐어 주고, 나는 가르칠려고만 하고 있었구나를요. 왜 굳이 숲속열매만 만들어야 하는가? 그건 이야기만으로 끝내도 될 것인데! 아이들의 욕구와 창의성을 내가 죽이려 했구나라고 말입니다. 

사실, 수업 계획을 짜다보면 제 예상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흥미 없어하거나, 혹은 시간 분배를 잘못해 계획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또 그날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요구할 때가 있습니다.

교사가 계획해 놓았다고, 굳이 아이들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해 보기도 하고, 또는 계획을 바꿔보기도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계획해보는 그런 날들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하루들이 쌓여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하고, 꿈을 꾸게하고, 그 꿈을 위해 자기의 삶을 계획해 나갈 수 있는 그런 아이로 성장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실수를 했던 겁니다. 찰흙을 손에 쥔 아이들, 이리저리 주물럭거리며 재미없는 숲속열매를 만들고 싶었겠냐구요. 

"그래! 좋아, 자기가 만들고 싶은거 마음대로 만들어봐"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의 눈에서 반짝반짝 레이져가 쏟아져 나오면서 울트라급 집중력을 발휘해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데, 작품들이 하나씩 쌓일 때마다 심장박동기를 장착한 것 마냥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어쩜 아이들이 그렇게 잘 만들 수 있는지, 온몸의 감동의 전율이 오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잘 드는 아이들에게 내가 한없이 작아지고 못나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너희 줄기반! 너희들은 왜 그렇게 멋져?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 오면 어떻해란 말이야~ 나 완전 깜짝 놀랬잖아~! 너희한테 선생님 뽕반했다이가~"

장난스레 칭찬을하니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 자기들 작품에 더욱 애착을 가지더군요. 무조건 집에 가지고 갈거라는 아이들을 달래며,(집에 가서 부모님께 자랑하고 싶어서) 흙이 다 마르면 가지고 가자고 그래야 안 망가진다고 말렸는데, 역시나 아이들 말을 들을걸 했습니다. 마르기도 전에 다 말랐는지 아이들이 자꾸 만져 모양이 망가져 버렸거든요.

그렇게 마를때까지 참고 기다리자 서로들 다짐을 했는데, 자기거 말고 친구들 작품까지 자꾸 만져 망가트려 놓아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되버렸습니다. 다 말려 이쁘게 색칠도 하고, 니스칠도하려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예요. 만지니까 아이들이지요. 어찌 어른처럼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그래~만들기 재미나게 했으니 됐다'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밑에 사진은 아이들이 만든 작품입니다. 뭐만든건지 찬찬히 보세요. 감탄사가 나올거예요~ 혹시 제가 너무 자랑해서 엄청난 기대를 안하셨다면 말입니다^^ 감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