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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들과 졸업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해 도전 정신과 독립심을 키워주고자 매년 지리산 노고단으로 갑니다.

2010/01/11 - [아이들 이야기] - 유치원생들의 특이한 졸업여행
2010/01/13 - [아이들 이야기] - 불장난하면 정말 이불에 오줌쌀까요?
2010/01/15 - [아이들 이야기] - 아직도 가짜 아이스크림 먹고 계십니까?


겨울에 캠프를 가면 눈이 많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입니다. 계절이 겨울인 만큼 아이들은 눈을 기대합니다. 눈싸움, 눈썰매 눈이 있는 것 만으로도 마냥 신나게 놉니다. 그렇기에 눈이 안오면 조금은 실망스럽지요.

눈이 많이 오면 계획했던 일들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폭설로 인해 노고단을 오르지 못했습니다. 성삼재까지 차로 올라가야하는데 통제 되었으니 말이지요.

그래서 이번 캠프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묵는 숙소는 지리산 벽소령 아래 위치한 의신마을 입니다. 아이들과 기차타고 버스타며 찾아가는데 의신마을까지 버스가 못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같이 가는 봉고차로 아이들을 태워와야 했지요. 그런데 가는 길 다행이 눈이 많이 녹아 버스기사님이 태워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또 다음날에는 가지고 간 봉고차가  고장이나 견인차를 불러 읍내 카센타까지 고치러 다녀오기도 했지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꼭 이런날 고장이 납니다. 

노고단을 오르지 못해 아이들과 의신마을 뒷쪽 등산길인 벽소령을 올랐습니다. 어른 걸음으로 벽소령 꼭대기까지 가려면 다섯시간 정도 걸리기에 끝까지 가지는 못하고 한시간 가량 걷고 내려왔습니다. 

우리 준비물은 비료포대 입니다. 내려오는 길에 타고 내려와야 하니까요. 비료포대 썰매 타보셨나요? 말이 필요없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굉장히 재밌습니다.

전날 비료포대로 눈이 쌓인 오르막길에서 신나게 탔던 아이들이기에 아이들은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많이 오르면 그만큼 길게 썰매를 탈 수 있으니 말이죠.


신명 난 아이들은 내려가면서 탈 곳이 많은데도 타고 다시 오르고 타고를 반복합니다. 보통 내려오는 시간이 더 적게 걸려야 하는데 썰매를 타다 보니 비슷하게 걸리던군요.

요즘은 장난감이 넘쳐납니다. 형제가 없는 아이들도 많죠. 그래서 사람보다는 장난감, 기계와 친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활하는 아이들은 친구가 있어도 잘 놀지 못합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또 이런 혼자놀이로는 신명나게 놀기가 힘이 들지요. 창의적이지도 못합니다. 자동차 장난감으로는 자동차 놀이 병원놀이장난감은 병원놀이, 게임은 기계와 나, 이렇게 되니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에서 찾은 놀이감은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놀이를 만들어 냅니다. 나뭇가지가 돌맹이가 자동차도 되고 비행기도 되고, 소꿉놀이도 할 수 있습니다. 친구와 함께 하지 않으면 재미나지 않기에 자연적으로 친구와 함께하게 됩니다.

비료포대 썰매 혼자타면 재미있었을까요? 친구들과 교사가 함께 였기에 아이들이 더욱 신명나게 탈 수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 비료포대 썰매 타는 모습만 보아도 행복해집니다.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개똥이샘 골목대장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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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괴나리봇짐 2010.01.18 1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 행복한 표정보니 저도 행복해집니다.
    근데 이쪽 동네선 비료포대가 눈썰매보다 구하기가 어렵네요.^^
    택배로 하나 부쳐 달라고 해야 하나? ㅎㅎㅎ

    • 골목대장허은미 2010.01.18 17:47  댓글주소  수정/삭제

      계절에는 잔디밭에 비료포대 들고 나가서 타는데요~ 그것도 재밌어요.
      잔디밭 내리막길에서 타면되죠~ 공원에 경사가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긴 하지만 눈이 없어도 탈 수는 있어요 ㅋ

  2. 돌이아빠 2010.01.18 13: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옛날 생각납니다.
    비료포대 뿐 아니라 옛날에 지금의 셔터 대신 사용되는 철판 문(이거 참 설명이 제래도 됐나 >.<)으로 재미나게 탔었는데 거기다 대나무 스키도 어찌나 재밌던지 ㅎㅎㅎ

    아이들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3. 경남풀뿌리 2010.01.18 2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료포대 안에 짚이라도 넣으면 엉덩이가 차갑지 않은데
    애들은 열이 많으니 그냥 타도 무쟈게 재미있을거예요. ㅎㅎㅎ

    • 골목대장허은미 2010.01.19 1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아이들은 아프지도 않은지 정말 열심히 타더라구요~ 그런데 교사들은 엉덩이가 아파서 혼이 났죠ㅋ
      아이들은 비료포대가 너덜해질 정도로 썰매를 타고 선생님 한분은 바지에 구멍이 났다는...ㅋㅋ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4. 하동홍보계장 2010.02.18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동에 오셔서 좋은 추억을 가져셨다니 무엇보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저역시 이글을 읽으면서 어린시절을 추억해보고 반추해 봅니다. 요즘같이 온실의 화초를 가꾸듯이 아이들을 곱게 키우는 세태에 좋은 추억꺼리를 만들어 주신 선생님께 존경에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하동은 누구나 찾아와 고향의 정취를 만끽할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는 웰빙휴양치유 도시가 되도록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두 여자의 지리산 종주 ④

지리산 종주 넷째 날, 세벽 3시 눈이 떠졌다.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그 전에는 더 많이 쏟아진 것 같았다. 과연 일출을 볼 수 있을까?

출발할 때 천왕봉 일출을 볼 생각이 없었는데, 산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천왕봉 일출도 보러 가지요?" 하고 물어보는 바람에 계획을 변경하게 되었다.

야간 산행 계획이 없으니 랜턴은 필요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그냥 왔는데 큰일이다. 친구가 랜턴을 준비해 왔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정말 산에 올 때는 예측하지 못한 위험이나변화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 꼭 맞았다.


몸을 풀기 위해 따뜻한 스프를 먹고 4시쯤 천왕봉을 향해 출발했다. 랜턴이 없으니 앞도 잘 안 보이고, 내가 발을 맞게 딛고 있는지 불안해 주춤거리게 되어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다행히 어제 점심 때부터 길동무가 되었던 아저씨도 랜턴이 있어 세 사람이 랜턴 두 개를 비추며 함께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누구 탓을 하겠는가 내 불찰이 크다. 


우리는 쉬지 않고 올랐다. 조금씩 조금씩 앞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천황봉에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밝아오면서 나중에는 렌텐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어느새 정상에 도착했다. 천왕봉 날씨는 겨울이었다. 옷은 이미 젖었고 비옷을 꺼내 입어도 젖은 옷 때문에 추웠다.

구름에 가린 해를 보며 아쉬움을 달래다

해는 뜨지 않았다. 아니 떴지만 구름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천왕봉 일출까지 볼 수 있었다면 정말 완벽한 종주가 되었을텐데...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래도 노고운해도 보고, 보름달 뜬 벽소명월도 보지 않았던가 이것 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줄을 서 천왕봉 기념 사진을 찍었다.


천왕봉에서는 각자 하산 코스가 달라  여러 길동무들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우리는 중산리로 하산 하였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던 서울팀은 백무동으로 길을 잡았다. 그 동안에 정이 든 걸까? 그 짦은 시간에 말이다. 왠지 모를 서운한 마음이 생겼다.
 
빗방울이 굵어져 서로 걸음을 재촉하였다. 내려가는 길에 자연스레 천왕봉을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게 되었다. 오르는 사람들은 내려가는 우리를 부러워하고, 우리는 약간의 으슥되는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하였다. 지리산을 떠나야하는 서운함이 컸기 때문이다.

중산리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가파르고 바위가 많다. 비까지 내려 굉장히 미끄러웠다. 거의 쉬지 않고 걸어 로타리 산장에 도착해 점심을 먹었다. 지리산에서의 마지막 식사였다.

밥을 먹고 보통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등산로 대신 로타리산장 화장실 앞을 지나 이어지는 샛길을 이용해 내려왔다. 한 시간 반 정도 내려가 도로가 나오면 로타리 산장 위쪽 법계사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매표소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길은 지겹고 재미가 없는 편인데 약간 성의 표시만 하면  버스를 탈 수 있어 좋았다.

드디어 매표소에 도착!! 그 감격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전달 할 수 있을까?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스스로 얼마나 뿌듯하고 대견스러웠는지.... 어떤 어려운 시련도, 고난도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리산 종주를 자축하다

지리산 종주를 자축하기 위해 축하주를 먹었다. 동동주와 파전, 도토리무침~완전 꿀 맛이었다. 잊을 수 없는 맛이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한채 마산으로 출발 했다. 진주에서 이틀을 우리와 함께 했던 길동무 아저씨와 헤어지는데 서운한 마음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지리산을 함께 걸으며 아이 교육에 대해서도 가족에 대해서도 연애사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했는데 헤어지려니 지리산을 내려오던 것 만큼이나 서운하였다.


지리산 종주! 짦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중한 추억을 가슴 가득 담은 뜻 깊은 시간 이었다. 몸과 정신이 깨어남을 느끼고, 다시 한 번 자연의 경의로움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도 있었다. 어느 여행보다도 마음에 큰 재산을 얻은 기분이다.

나름대로 지리산 케이블카를 반대 운동에도 참여할 수 있어 뿌듯함이 곱배기로 채워진다. 지리산은 중독성이 있다.  벌써부터 내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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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두희 2009.09.03 1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글이네~~

    함께 했던 지리산 추억을 이렇게 글로 다시 만나게 되니

    또다른 느낌과 감격을 받는다야~

    무엇보다 중요한건 지리산 갔다오기 전에 우리와 갔다온 후의 우리는 다르다는거~!!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느낌으로 인해 마음과 몸이 한층 더 성숙한 우리를 발견함에

    감사하자........ 이런 좋은 느낌과 감동을 같이 할 수 있는 영원한 친구가 되쟈꾸나~

  2. 아찌 2009.09.04 17: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분이 산행한 시간은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 것 입니다.
    격려와 배려로 친구를 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가짐과
    산행기간동안 산꾼들에게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했던 인사와 행동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종주산행을 무사히 마친것을 축하하며,
    두분 서로의 오랜친구로 지내시길 바랍니다.

  3. 비익조 2009.09.04 2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방문해서 글 남기네요..
    좋은 산행하셨네요.
    지리산을 흔히 어머니의 산이라고하는데
    엄마 품처럼 따뜻한 경험하셨겠습니다.
    언제가일지 모르지만 산에서 기쁜인연으로 만날 수 있음 좋겠네요.
    그럼 늘 즐산 안산 하셔요..

    ps 지리산을 알고싶으시면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지리산 아흔 아홉골(지리99)을
    검색해보시면 좋은 자료가 많을겁니다.

  4. 조혅 2009.09.07 0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쉽네요 지리산 종주의 묘미는 일명 "화대종주"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총50키로 대장정 민족의 영산이자 우리현대사와 근대사 비극을 간직한 지리산 을 조망 할수 있는데 아무튼 수고 많이 하셨네요 나는 지난 7월말 화대종주 성공 했습니다. 지리산은 여름산 이라 꼭 여름에 종주 하고 싶었죠 또 이번9월9일 청학동에서 출발 계획 이랍니다. 청학동, 삼신봉,세석,장터목, 천왕봉,로터리대피소,칼바위 ,중산리 하산할 계획 이랍니다. 님들 화이팅 종주 축하 드립니다.

  5. 김동해 2009.09.08 17: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전 부천Y 회원운동팀에 있습니다. 자료 검색을 하던 중 YMCA가 나와 클릭했더니 선생님

    블로그에 오게 되었네요. 그러던 중 너무도 반갑게 지리산 여행기가 있어 글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이번 여름휴가에 혼자 지리산을 다녀왔었거든요ㅋㅋ 저 역시도 너무나 가고 싶던 곳이기에

    혼자서 무모하게 다녀왔습니다.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는 생각지도 못하고 다녀왔습니다. 중산리로 내려 와서야 지역 주민들이

    케이블카 환영하는 현수막을 걸어 놔서 '정말 미친거 아냐?' 하며 생각만 했네요. 미리 알았더라면

    저도 베낭에 부착하고 가는건데... 대신 저는 와이 정장 마크를 달고 다녔답니다 ㅋ 혹시라도

    Y회원을 만나면 밥이라도 얻어먹으려고요^^

    같이 Y를 섬기고, 정말 좋았던 지리산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너무 주저리 주저리 떠 들었네요.

    부천Y 아스단 선생님에게 물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아주 조용한 사람이거든요 ㅎㅎ

    아무쪼록 아이들과 함께 배우며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 골목대장허은미, 개똥이샘 골목대장허은미 2009.09.12 12: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반갑습니다~ 이렇게도 만나지네요^^ Y인연은 인연인가 봅니다~

      부천Y에는 좋은 분들이 참 많으시네요~ 저희 처럼요~^^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없었을텐데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전국연수 때 어느 분이 신지 찾아 뵈야 겠어요

      항상 건강 조심하시구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6. 홍 이기 2009.09.24 19: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말에 하도 기가막혀서 검색중에 우연히 들렀는데요~

    두분 산행하신 모습을 보니 예전에 지리산 역종주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그때는 정말 천국에 온 기분이었었는데.. 이번 겨울 지리산 종주 준비 잘 해서 다녀와야겠습니다~

    글 재미있게 잘봤구요~ 이번에 종주 성공하셨으니 다음번엔 태극능선종주도 한번 해보세요~

    항상 몸 건강하시고 늘 좋은 하루 되시길..^^

두 여자의 지리산 종주 ③

셋째날이 밝았다. 전 날 많이 걸었던 탓인지 밤에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다. 아침 여섯시 반쯤에 일어났는데 벌써 숙소에 반 넘는 사람들이 산행 준비를 하고 출발하여 빈자리만 남았다. 체력하면 나도 빠지지 않는데 정말 대단하다!
                          

아침식사는 칼국수라면이다. 아침부터 라면 끓여 먹어보긴 처음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래도 매운라면보다 뽀얀 칼국수라면이라 아침에는 이게 좋다는 내친구. 맛있게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챙겨 여덟시에 출발했다.

가방에 지리산케이블카 반대하는 조그만 현수막을 달고 있었지만 어제는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반대에 동참하는 사람들 뿐인가? 대한민국 사람 10명 중에 7명은 반대한다는데 전부 반대하는 사람들만 왔나? 

산에서 만나는 마음 따뜻한 길동무들

걷다보면 만났던 사람들을 계속 만난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말이다. 우리가 쉴 때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 앞을 지나가고, 또 우리가 걷다보면 그 사람들이 쉬고 있어 우리가 앞을 지나가게 된다. 그러면서 "또 만났네요. 쉬다 오세요. 먼저 갑니다"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도 점점 늘어간다.

쉬면서 먹고 있던 사탕하나, 초콜렛 하나도 건낸다. 도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정겨운 모습과 나눔이 생긴다. 웬지모를 동질감과 함께 말이다.


만났던 사람 중에 기억나는 사람들이 세팀 정도인데 한팀은 중학생과 고등학생 두 아들과 엄마, 아빠가 함께 종주하던 가족이다.  아이들은 스틱이 없어도 날아 다니는 수준으로 산을 오른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일수록 등산을 더 잘하는 것 같다. 어찌나 잘 오르는지 정말 놀랍고, 부모님과 함께 왔다는 그 것 만으로도 대견스러워 만날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고액 과외보다도 더 값진 것을 이 아이들은 마음 속에 새겨 갈 것이다.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생명의 소중함을, 힘들지만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 힘든 것을 참는 인내력과 끈기, 정상에 올랐을 때 해냈다는 그 성취감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것이다.

그것으로 이 아이들은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시련과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저력을 갖게 되리라 생각한다.  정말 소중한 경험을 한 것이다.


친구와 나는 우리도 나중에 좋은 신랑 만나 아이들 데리고 저렇게 지리산에 오자는 약속을 했다. 그 때가 언제쯤이 될까? 10년 뒤? 20년 뒤? 그 전에 먼저 신랑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지 종주를 함게 해봐야 한다는 둥, 이런저런 이야기른 나누며 즐겁게 걸었다.

덕평봉, 선비샘을 지나고, 영신봉을 지나 세석산장에 오후 1시쯤 도착했다. 영신봉쯤 지날 때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도 드리고 간식도 나눠먹던 아저씨 한 분이 계셨는데  세석산장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오후 산행도 함께 했다.
회사직원들과 함께 종주하려고 답사 겸 혼자 오신 분이다.


점심을 먹고, 세석산장 약수터에 옆 물 흐르는 곳에서 발도 담구며 대견한 우리 발의 피로도 풀었다. 햇볕은 쨍쨍 따뜻했지만 물은 얼음 꽁꽁 정말 차가웠다. 발을 담그고 있는 물만 꼭 겨울 같았다.  


 
세석철쭉은 지리산 10경 중 하나이다. 세석 온 고원에 철쭉이 붉게 물들면 장관이라 한다. 하지만 이 곳은 옛 지리산 빨치산들의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철쭉으로 붉게 물드는 것이 아니라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붉은 피로 세석고원을 물들였다는 민족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꼭 한라산에 온 듯한 아름다운 세석고원을 지나며 자연의 아름다움에만 취할 수 없는 가슴 저린 아픔이 밀려왔다.


 

지리산 케이블카 왜 반대하세요?

세석을 지나 촛대봉을 지날 때 쯤  "지리산케이블카가 생기면 좋은 것 아니냐?" 는 질문을 받았다. ㅋㅋ~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가운 질문이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던 서울팀들이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산 곳곳을 깍고, 파고해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지리산의 환경이 많이 파괴될거라고, 그럼 우리가 이렇게 등산하며 아름다운 지리산의 경치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케이블카 징징대는 소리에 반달가슴곰도 많은 동물들, 지저귀는 새들도 다 떠나고 우리는 징징대는 케이브카 소리만 들으며 산행하게 될거라고, 편하게만 산을 오려는 것은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미국같은 경우는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설치된 케이블카 걷어내고 있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서울팀들은 그런것이였냐고, 그냥 케이블카 생기면 쉽게 올 수 있을 것 같아 좋게만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자연을 많이 훼손시키는 줄 몰랐다고, 다른 나라에서는 안 만들려는데 왜 우리나라는 굳이 만들려는지 모르겠다며 케이블카 반대에 공감해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자기들도 이제부터는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반대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말 뿌듯한 마음 이루 말할 수 가 없었다.

장터목산장에는 5시 50분쯤 도착했다. 노고단과 벽소령 산장에 비해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빽빽하게 있어 밥 먹을 자리도 없었다. 6시가 되어 방을 배정 받고, 어제 사먹지 못한 복숭아 통조림을 샀다. 그리고 교회에서 수련회로 온 중학생아이들에게도 사 주었다. 좋아하던 아이들 표정이 아직도 떠오른다.

빈 자리 찾아 취사 준비를 하며 통조림을 먹는데 완전 꿀맛이었다. 냉장고에서 나온 복숭아통조림의 시원한 맛에 뿅~반했다. 우리가 통조림을 먹고 있으니 비슷하게 도착한 서울팀들도 하나 달라며 먹어보더니 끝내는 통조림을 두개나 사 왔다. 우리가 정말 맛있게 먹고 있었던 가 보다.


저녁준비를 위해 쌀을 씻고, 밥을 하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옆에 온 사람들이 테이블 위에 "지리산케이블카 완전 반대, 미친거 아니야?"라고 적힌 글 귀가 보였다. 반가운 나머지 "어?우리랑 똑같네요 우리도 이거 달고 왔는데"하며 큰소리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 팀은 남자 한분과 여자 두분이셨는데 저번 주도 비박으로 왔었다고 한다. 저번 주에는 진주MBC에서 자신들을 촬영하러도 왔었다며 한 주만 빨리 왔으면 방송에 함께 나왔을텐데하며 아쉬워하셨다.

그리고 중요한 정보도 주셨다. 중산리 도착할 쯤엔 배낭에 매단 현수막 떼고 가라고 하셨다.  상인들이 매우 싫어한다고, 그 분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거라며 괜한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고 주의를 주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일리 있는 말 이었다. 사람이 어떤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생각도 달라 질 수 있다. 아무튼 지리산케이블카 반대에 뜻을 같이 하는 길동무를 만나니 더욱 힘이 났다.

저녁 메뉴는 김치 볶음밥.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였지만 정말 맛있었다. 사실 첨가물이 만이 포함된 불량재료가 들어간 덕분이기도 하다. 밥을 먹는 동안 근처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쇠고기장조림을 나눠 주시고, 꽁치찌개도 나눠주었다. 우리도 답례로 김치볶음밥을 나누어 먹었다.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마음이 넉넉하고 쉽게 친구가 되는 것 같다.


저녁을 다 먹으니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산 중턱에 깔린 구름들 밑으로 해가 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달이 뜨고 있었다. 하나는 지고, 하나는 떠오르고, 그렇게 세상을 밝혀주었다. 오래토록 기억하리라 다짐하며 그 모습을 만끽하였다.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개똥이샘 골목대장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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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막달 2009.09.02 1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전 부럽네요. 결혼 전에 지리산 한 번 가봤었는데... 이젠 힘이 딸려서(?) 갈 수 있을래나.

    재미있는 글 꽁짜(?)로 잘 읽었습니다.

  2. 따따와 철따구니 2010.01.18 21: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친거 맞습니다. 맞고요.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3. 길동무 2010.12.08 17: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리사너테이블카 반대를 반대한다.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한다는 이야기

  4. 한겨레 2011.01.07 17: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라!

    지리산 케이블카설치 논란이 심하군요.
    저는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합니다.
    온 국민이 명산 정상까지 쉽게 올라 갈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약자 연소자 장애인도 쉽게 정상까지 관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유명한 산일수록 케이블카를 설치하여야 합니다. 높고 경치 좋은 산을 산악인만 즐기는 곳이 아닙니다. 온 국민이 쉽게 즐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북한산 등 모든 큰 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편안하게 정상을 구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연을 훼손한다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등산로로 정상까지 올라가면서 오히려 수많은 자연을 훼손하게 되는 것입니다.

    시간이 절약되니 머무는 시간이적어서 훼손이 적고
    관광수입도 올리고 사고도 줄어 오히려 유익한 점이 더 많습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생각됩니다.

    대다수 온 국민은 찬성하리라고 봅니다. 말없는 다수가 찬성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계 기관에서는 하루속히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편하게 산에 오를 수 있게 하고 관광수입도 올리고 유명한 관광지로서 국내외 관광객을 유이하여 관광 한국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중국을 보십시오.
    험준한 명산에도 모노레일 케이블카 엘리베이터 산 정상에 식당등 편의시설 상점 등을 만들어 온 세계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개발하여 관광부국을 만들고 온 국민도 즐겁게 산에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5. 궈니486 2014.12.14 17: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리산 종주에 대한 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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