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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아이들 나쁜 식습관 바꿀 좋은 방법

뭐든지 잘 먹어주면 좋을텐데 편식이 심하면 참 걱정입니다. 그런데 편식 못지 않게 올바른 식사습관도 중요 합니다.

2010/05/25 - [교육이야기] - 점심시간, 입 닫고 밥만 먹으라구요?
2010/05/14 - [영화.다큐.연극.] - 아이의 편식 습관 누굴 닮았을까?

아이들이 밥을 먹을 때는 행동적 문제와 건강적 문제가 있겠습니다. 그럼 점심시간 아이들의 모습을 살펴볼까요?

▲ 밥을 열심히 아주 맛있게도 먹는아이
맛 없다 투덜거리며 먹는 아이
친구와 수다를 떨며 밥 먹는 아이
밥 먹는 걸 잊고 수다만 떠는 아이
아주 빨리 먹는 아이, 또는 아주 천천히 먹는 아이
못 먹는(싫어하는) 반찬을 어떻게 해결할까 궁리하는 아이
친구들에게 먹어달라며 친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
장난친다고 돌아 다니는 아이

참 모습이 다양합니다. 그냥 보아도 행동적 부분과 건강적 부분 구분됩니다. 그런데 행동적인 면에서는 나쁜 습관을 고치기가 건강적인 면보다 낫습니다. 그렇다고 쉽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규칙이 있으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집에서 부모와 밥을 먹을 때 안 먹는다하고 편식하는 아이는 친언니의 말에 따르면 밥을 안주면 고쳐진다고 하더라구요. 


어쨌든 건강적인 부분은 습관으로 고착화 되었기에 참 고치기가 힘이 듭니다. 어떤 아이는 밥을 먹기 시작해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 먹어 버립니다. 더 짧은 아이도 있습니다. 빨리 먹는 습관이 몸에 익은 것입니다. 이런 아이는 씹지도 않고 삼켰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누가 잡으러 오는 것도 아닌데 그저 1등이 좋다는 생각에 경쟁하듯이 밥을 먹습니다. 그 놈의 경쟁이 식사시간에도 나타나니 문제의 또 문제입니다.

"밥 빨리 먹는 건 좋은 게 아냐~ 침을 많이 섞어서 천천히 씹어 먹어야 좋은거야 거기에 맛있게 먹으면 더욱 좋지~" 늘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늘 말하기에 아이들도 잘 알지만 잘 되지 않기에 어떤 방법을 쓰면 좀 나아질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꼭꼭 씹어 먹으면 좋은 점  - 니시오카 하지메의 '씹을 수록 건강해 진다" 중에서


① 꼭꼭 씹으면 뇌기능이 활성화되고 기억력이 좋아진다.

② 꼭꼭 씹으면 면역력이 향상 된다. 감기 기운이 있으면 음식을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③ 꼭꼭 씹으면 노인성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④ 타액(침)에는 젊어지는 호르몬(파로틴)이 있어 꼭꼭 씹으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⑤ 틀니로도 꼭꼭 씹으면 타액으로부터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⑥ 천천히 꼭꼭 씹으면 만복중추가 자극되어 과식을 막아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⑦ 씹으면 곧바로 체온으로 소모되는 칼로리 양이 많아 비만을 막지만 씹지 않으면 체지방으로 축적된다.
⑧ 얼굴 근육이 발달해 표정이 풍부하고 매력적으로 변한다.
⑨ 환경호르몬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생식능력을 높인다.


밥 먹기 시작할 때 첫 숟갈 오래 씹기 연습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밥 먹기 전 '밥 한 숟갈 오래 씹기'입니다. 그래서 저희 반 아이들은 밥을 먹기 전에 밥 한 숟갈을 입에 넣고 50번 씹기를 합니다. 50번 씹고 땡을 외치고 그래도 밥이 다 넘어가지 않고 입안에 남아 있으면 다함께 '하나, 둘, 셋, 최고!"를 외칩니다.

입 안에 남아 있다고 "아~선생님 보세요 보세요 있어요 있어요" 하는데 입안의 음식을 보여주는 게 식사 예절은 아니지만 그래도 즐겁고, 잘했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니 그건 덮어두기로 했습니다. 성장하면서 그런 부분은 나아질 거라 믿으니까요.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있었습니다. 첫 시작부터 오래 씹기를 하고, 또 많이 빨리 먹으면 친구들이 "빨리 먹는거 안 좋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좋으거다!" 타박을 주니 빨리 먹을 수가 없겠지요.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밥 한 숟갈도 익숙해지고, 또 교실에 자석놀이가 유행하면서 얼른 먹고 자석을 많이 차지 하고 싶은 마음에 빨리 먹기가 또 시작되는 겁니다. 딱히 정해진 시간 없이 한시간에 안에만 먹으면 되니(저희반 규칙이 그렇습니다) 그 자유를 마음 껏 누리더군요.

또 깊은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빨리 먹는 아이들이 장난치며 교실을 돌아다니니 밥을 먹는 친구들에게도 방해가 되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좋은 방법이 생각났습니다.

30분 안에는 다 먹지 말기

그렇습니다. 반대로 해보았지요. '한 시간 안에 다 먹기'가 아닌 '30분 안에 다 먹지 말기'로요. 30분은 최소한의 시간으로 정한 겁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즐겁게 밥 먹다 보면 30분은 정말 금방이거든요. 설령 30분 안에 다 먹어도 제가 도시락에 잔반과 국물을 버려주지 않겠다 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식습관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아마 어짜피 빨리 먹어도 선생님이 받아주지 않으니 포기한 측면도 있을겁니다. 그 이유 때문이라도 천천히 먹고 있습니다. 꼭꼭 씹어먹는 것도 그나마 좋아졌구요.
 
아이들이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유치원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많이 도와주셔야 겠습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먹거리, 우리땅에서 나온 먹거리를 먹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